[사설]법무장관이 경찰 폭력 부추기나 시사[뉴스]

[사설]법무장관이 경찰 폭력 부추기나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09-05 00:28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그냥 넘길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엊그제 한나라당 토론회에 나와 “경찰관이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상대방에게 물리적 피해가 간다 하더라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면 면책하겠다”고 한 말이 그것이다. 이게 무슨 뜻인가. 시위대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치고, 군홧발로 짓밟아 피 흘리게 만들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인가. 법무장관이 공권력의 폭력을 부추기는 말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해도 되는가.
법무부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에 대해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폭넓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위대에 부상을 입혀도 웬만하면 정당방위로 인정해준다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시위 진압에 나서는 경찰관들에게 “뒤 걱정일랑 말고 두들겨 패라”는 메시지로 읽혀질 것이 뻔하다.
경찰관이 이 메시지를 충실히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법으로 정해놓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그 첫머리에 “경찰관의 직권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에게 물리력을 가할 수 있는 직권이란 ‘최소한도내’에서 행사돼야지 ‘최대한도’로 휘두르면 불법인 것이다.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누구를 막론하고 형법에 따라 엄벌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에도 해당 직무가 적법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적법성에 대해 사회적 의구심이 있다면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게 옳다. “촛불집회는 황당무계한 쇠고기 괴담으로 시작됐다”고 인식하는 김 장관이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면책’을 들먹이는 것은 월권이다.
김 장관은 이번 발언 외에도 사이버 모욕죄 신설추진 등의 정책 발언으로 몇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 정부에 비판적인 소리를 공권력으로 억누르겠다는 의지가 공통점으로 드러난다. 법 집행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법무장관의 행보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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